2009. 3. 19. 10:00

[성명서 - 공공노조] 나라망신 시키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

나라망신 시키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

19일 노사 교섭에서 고용안정 방안 나와야


국립오페라합창단의 해체 소식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 외국의 문화계가 놀랍고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이른바 문화의 ‘선진화’는커녕 문화 후진국으로 낙인 찍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망발이 한 몫 했다.

유 장관은 지난 13일 집회중인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에게 “오페라합창단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했다. 이후 이 말을 전해 들은 프랑스 국립 오페라 합창단원들은 “그럼 우린 뭐냐?”고 되물었다고 했다. 나라망신을 톡톡히 시킨 셈이다.

유장관은 또 18일 한 보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립오페라단에는 합창단 규정이 없다”며 “지난 단장이 인건비 책정 없이 단원을 뽑아 인건비를 써온 것은 정상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영원)은 인건비 책정 없이 단원을 뽑아 인건비를 써온 것은 정상적이 아니라는 장관의 인식에 동의한다. 정상적으로 인건비를 쓴 것이 아니라면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유인촌 장관처럼 ‘사람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인건비를 정상적으로 책정해서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안정적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조건이 담보될때 국민도 문화예술노동자를 통해 질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국제화고 선진화다.

유 장관은 또 “사정 안돼서 합창단원에게 다른 일자리도 제안했지만 해고 무효부터 해달라고 한다”며 “이건 정치적인 게임을 하자는 것 아니냐”며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일하던 사람이 빼앗긴 일자리를 달라고 하는 것은 밥줄을 끊어서는 안된다는 기본권이다. 유 장관이 얘기하는 ‘정치적인 게임’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장관 정도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2월 1일부터 시작된 한국의 국립오페라 합창단 해체와 해고 농성 소식에 프랑스 문화계가 파리 국립 오페라 합창단원들은 지금 멀리 이들의 투쟁에 연대를 표하기 위하여 지지 서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동안 국립오페라합창단 노사는 5차례 교섭을 가졌지만 입장 차를 줄이지 못했다. 유 장관이 진정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19일 열리는 교섭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첨부) <프랑스 CGT 공연예술분과위원장 성명서>

프랑스 노동조합총연맹(CGT) 공연예술분과 클로드 미셸 위원장이 이번 오페라 합창단 해고와 관련하여 노동조합총연맹의 공연예술분과위 명의로 ‘해고된 국립오페라합창단 소속 42명 단원들의 복직 및 안정적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도입, 그리고 단원들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위하여’를 발표하였다. 클로드 미셸씨는 지난 2006년 칸에서 배우 최민식씨와 함께 스크린쿼터 반대 시위를 함께 하기도 했으며, 그 해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FTA와 문화다양성협약에 관한 컨퍼런스에 발제자로 나서는 등 이미 한국의 문화 예술에 대한 연대 투쟁을 벌여왔다.

<프랑스 CGT 공연예술분과위원장 성명서>

부당 해고된 국립오페라합창단 소속 42명 단원들의 복직 및 안정적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도입, 그리고 단원들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위하여

예술가, 문화 관련 전문 인력들을 연합하는 공연노조동맹의 책임자로서, 저는 대중과 공공기관에 국립오페라합창단의 42명 단원들의 부당 해고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를 이렇게 호소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한국 문화, 한국 예술가들의 친구로서, 이러한 조심스러운, 그러나 원론에 입각한 단호한 '참견'을 감히 무릅쓰고자 합니다.

프랑스,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단결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던 저는,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발전적인 창작활동에서도 역시 개인의 재능과 특별함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크게 동의합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임시성'이 예술가들에게 있어 불가피하고 절대적인 고용의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예술가들의 노동계약에 관련된 매우 높은 단계의 사회적 제도의 마련과, 그들의 임금, 사회보장과 같은 사항들이 예술가들의 직업 생활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동,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창작성의 심화에 대한 일종의 보장이라고 간주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처럼 재능 있는 42명의 합창단원들의 복직을 주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후원의 의사를 표명하고자 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합창단의 단순 복직을 넘어, 합당한 보수, 정규직 계약을 보장하는 사회적 제도의 확립만이, 예술 창작에서 필수 불가결한 이 합창이라는 오랜 예술 활동의 기반을 탄탄히 해줄 첫번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권력은 결국 스스로의 올바르지 않았던 결정들을 철회하여 명예를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은 세계 다양한 문화들 가운데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여줄 능력 있는 정식 합창단원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수많은 문화, 공연 전문가들을 대표하여 한국 문화부에 이러한 '건설적인 이견'을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라며, 또한 국립오페라단의 발전과 국제적 문화교류에 대한 참여를 지속하기 위하여 활동 재개와 부양에 힘을 기울여 주시기를 간곡히 청원합니다.


출처: 공공노조 홈페이지 (http://www.kpsu.net)